스트레스 좀 받았다고 내 몸에 '독소' 쌓이는 유전성대사이상질환 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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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좀 받았다고 내 몸에 '독소' 쌓이는 유전성대사이상질환 발현?
- 기자명 김경원 기자
- 입력 2024.04.11 00:45
- 수정 2024.04.11 09:55
- 댓글 0
서울대병원 고정민 교수에게 듣는 '요소회로 대사이상증'
단백질 최종산물 '암모니아', 간의 효소 부재로 몸에 축적
효소 결핍 약할 때, 무증상…스트레스 상황 시 발현되기도
간이식으로 완치…이외 약물치료·식이요법으로 조절 가능
인체 화학공장간에는 '요소회로'시스템이 존재해 우리 몸에 굉장히 독성이 센 암모니아라는 단백질 최종산물을 처리한다. 간의 요소회로에 이상이 생겨 암모니아 수치가 올라가면 어떤 일이 생길까?신경독성으로몸이 처지고 경련, 마비, 간부전, 신부전, 의식저하 같은 심각한 일이 초래된다. 그렇다면 언제 간의 요소회로 처리시스템에문제가 나타날까?
대사이상질환 중 가장 흔한 병은유전자 변이로 인해 요소회로 시스템을 돌리는데 필요한 간의 '효소'부족으로 인해 발생한다. 인구 8,000명의 1명 꼴의 발생률을 보이는 유전성희귀질환인 '요소회로 대사이상증'의 이야기이다. 요소회로 대사이상증은 간의 일부 효소의 결핍으로 인해 체내에서 독성을 갖는 암모니아가 축적되는 병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고정민 교수는 서울대병원 간이식팀 유튜브 채널 '간들간들'에서 "유전적으로 특정 간 효소가 부족한 상태로 태어나 암모니아는 올라가는데 이것을 처리할 수 있는 요소회로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때문에 독성이 있는 암모니아로 인해 병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질환"이라고 요소회로 대사이상증에 대해 설명했다.

요소회로 대사이상증은 유전성희귀질환이지만, 대사이상질환 중에서는 꽤 흔한 편에 속한다. 고정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일 년에 몇 십 명의 요소회로 대사이상증 환자가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요소회로 대사이상증에 영향을 미치는 효소는 8개로, 각 효소마다 유전자가 따로 다 밝혀져 있다. 가장 흔한 타입인 OTC결핍증을 제외한 모든 '요소회로 대사이상증'은 부모 모두에게 요소회로 대사이상증 유전자 변이를 하나씩 받은 아이에게 생긴다. 이는 유전자 변이 보인자에게는 병이 발병하지 않고, 보인자 두 사람이 만나 4분의 1의 확률로 요소회로 대사이상증을 앓는 아이를 낳게 된다는 의미이다.
OTC결핍증만 예외인데, 요소회로 대사이상증 중에서 유일하게 X 염색체 유전을 하는 까닭에 아버지가 보인자가 아니더라도 엄마가 요소회로 대사이상증 유전자 보인자일 경우, 아들을 낳았다고 가정하면 아들이 요소회로 대사이상증 환자가 될 확률이 50%가 된다.
유전성희귀질환인 '요소회로 대사이상증'은 약 80%가 소아기 연령에서 발병하고, 약 20% 정도만 성인에서 발병한다. 그렇다면 왜 발병 연령에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고 교수는 "어릴 때 발병할수록 당연히 효소 결핍이 심하다"며 "효소 결핍이 경하거나 아주 약하게 있을 땐 무증상으로 살거나 성인에서 스트레스 상황이 있을 때 발현된다"고 설명했다.
요소회로 대사이상증의 약 50%의 환자는 신생아선별검사 또는 신생아 시기에 발견된다. 고정민 교수는 "암모니아 수치가 올라가서 구토를 하거나, 자꾸 잠만 자고 처지고, 일부 경련을 하거나 마비가 있거나 호흡이 없어지거나 코마 상태에까지 이르는 일련의 의식저하를 포함한 신경증상의 형태로 발현이 된다"며 "주로 응급실로 오게 되고, 중환자실에서 투석을 하는 상황이 유발되는 중증질환"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치료법은 간이식이다. 요소회로는 굉장히 특징적으로 99% 이상 간에 거의 전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요소회로는 간에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간이식이 완치법으로 굉장히 중요한 치료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이식 외에 치료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암모니아 수치를 떨어뜨리는 여러가지 보조치료들이 있고, 암모니아의 원천이 대부분 단백질이기 때문에 저단백식이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요소회로 이외의 대체 경로를 활성화하는 약물 투여로 암모니아를 소변으로 빼주는 약들이 주사제와 먹는 약으로 나와 있다. 이외에 아르기닌이라고 하는 아미노산을 주면서 남아있는 요소회로 기능을 올리는 치료법도 있다.
고정민 교수는 "이런 치료만으로 너무 조절이 잘 되는 경한 환자라면 간이식을 1번으로 생각할 건 아닐 것 같다"며 "(요소회로 대사이상증 발현이) 신생아형에 해당하면서 암모니아가 아주 많이 높았고 (고암모니아혈증으로 인한 건강이상) 이벤트가 있었고 투석이 필요했을 정도의 중증도라면 이식을 염두해 두고 이식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간이식 환자의 예후는 이식수술 전 환자의 상태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고 교수는 "신생아형이고 이미 발병했을 때 고암모니아혈증 때문에 뇌가 많이 손상된 상황이었고 중환자실 치료를 오래 했었던 문제가 계속 있었다면 이미 손상된 뇌의 신경을 재생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증상이 좀 경하면서 간헐적인 이벤트로 왔다면 크게 손상받지 않은 신체를 가지고 이식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이식한 다음에 더 예후가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요소회로 대사이상증일 때 환아는 부모 모두에게 간을 받을 수 있지만, 예외적인 때가 있다. 고정민 교수는 "OTC결핍증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다를 것 같다"며 "OTC결핍증은 X염색체가 남자 아이의 경우에는 전적으로 엄마한테 받게 된다. Y염색체는 아빠에게 받기 때문에 엄마가 무증상 보인자일 수도 있고 경한 환자일 수도 있는데, 약 70%는 한 번의 이벤트도 없이 평생을 살아가지만 30% 보인자 여성은 다친 X염색체의 기능 잔존도에 따라서 일부 경한 여자 환자로 발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마가 보인자일 때는 보인자의 간에서 얼마나 효소가 발현되느냐에 따라서 이식 여부를 결정하는 나라도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간조직 생검에서 효소 활성도를 재기가 쉽지 않고 전체를 합쳐서는 크게 문제가 안 되지만 간을 잘랐을 때 변이가 많은, 이식할 수 있는 부분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엄마가 보인자라고 하면 이식이 어렵다고 한다"며 "그런 경우에는 아빠가 줘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요소회로 대사이상증이 의심되면 유전자검사를 추천하는데, 특히OCT결핍증은 꼭 유전자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고 교수는 "OCT결핍증은 무조건 유전자검사를 해서 엄마가 간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또한 요소회로 대사이상증의 약 1%는 엄마나 아빠가 유전자 변이 보인자가 아닌데 우연히 아기의 유전자에만 변이가 생겨서 발병한 것일 수도 있고, 이같은 경우에는 예후가 더 좋을 수 있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하다.
또 의료진이 유전자검사를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 고정민 교수는 "진단을 위해서도 그렇고 추후에 가족검사를 위해서도 그렇고 공여자를 위해서도 그렇고, 이식에 더 좋은 사람을 선택하기 위해서도 미리 알고 이식을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간이식 치료율을 과거보다 현재 많이 높아졌다. 고 교수는 "과거에는 이식 자체가 굉장히 큰일이었지만, 지금은 이식 자체의 리스크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옛날보다 조금 더 중증도가 심해 보이는 환자는 처음에 진단과 치료를 시작할 때 이식을 치료 중 하나로 고려해 설명한다. 이벤트가 너무 반복적으로 생기면 빨리 프로세스를 당겨서 이식해야 되고, 치료로 버틴다고 하면은 조금 버텨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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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회로 대사이상증#암모니아#고정민 교수#서울대병원#간들간들#서울대병원 간이식팀#간이식
김경원 기자kkw97@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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